장례를 치르고 집에 왔는데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뜬눈으로 빨래를 돌렸습니다. 빨래 더미 속에서 아들의 속옷이 나왔습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아들의 흔적이 얽혔습니다. “엄마"하고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았습니다. 텅 빈 아들의 방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대답없는 질문을 묻고, 또 물었습니다.
“아들아, 내 아들아. 네 죽음이 억울하지 않게, 헛되지 않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엄마가 널 위해 마지막으로 뭘 해주면 될까.”
고 이경훈. 1995년생. 10월29일 이태원 골목에서 숨진 158명 중 한 명입니다. 어머니의 시간은 그날 이후 멈췄습니다. 참사 발생 42일만인 지난 12월1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아무도 자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어머니는 그곳에서 처음, 온전히 이해받았습니다.
“사람들은 빨리 잊고 지나가야 된다고 하는데 저는 싫습니다. 잊혀지는 거 싫습니다. 잊어버리면 또다시 이런 일이 생깁니다. 아이들의 죽음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태원에 추모비를 세워줬으면 좋겠습니다. 거기를 지날 때마다 이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 고 이경훈씨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