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용산이태원참사 현장 유류품에 대하여 실시한 ‘마약검사’규탄 기자회견
어느 검사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부검 의사를 확인하면서 마약 관련 언급을 했다는 믿기 힘든 보도가 알려진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또 한 번 참담한 보도를 마주했습니다.
경찰이 용산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물병까지 수거”하여 유류품에 대한 마약 검사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모두‘음성’이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0.29 용산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부터 ‘마약수사’와 관련된 수많은 의혹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지난 10월 초 윤석열 정부가 공언한 ‘마약과의 전쟁 ’발표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게 마약범죄에 대해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달라”라고 지시했고, 이에 호응하여 검찰에서는 즉각 서울, 인천, 부산, 광주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경찰 역시 이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선포에 적극 동참하였습니다.
뿐만아니라 용산경찰서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언론에‘이태원 일대에 마약 단속을 나간다’라고 공지하였고, 마약단속을 위한 수사관만 3배 이상 늘렸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온통 마약수사에 혈안이 되어 있느라, 10만이 넘는 인파에 모일 것으로 예상되었던 이태원 행사에는 시민을 위한 안전 대책에 소홀했다는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그래도 설마설마했습니다.
마약수사 하겠다고 시민안전을 무시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범죄수사와 시민안전을 위한 질서유지는, 정부가 어느 하나를 선택해도 되는,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경찰이 거리의 물병까지 수거해 마약검사를 했다’는 기사는 이제 분노를 넘어 슬프게 합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8명이 압사당한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 참사 앞에서, 정부가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이렇게 가혹해도 되는 것입니까.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추궁하지 말고 추모만 하라던 강제 애도 기간 설정,
참사 발생 고작 2일 만에 발표된 정부의 장례비 지원 발표, 유가족들이 힘겹게 모여 처음 기자회견을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발표된 ‘국가배상’ 검토로 인하여,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끔찍한 2차 가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발견된, 소유자도 불분명한 유류품에 대한 마약검사로 피해자의 마약 관련성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습니까.
이태원역 1번 출구 해밀턴호텔 옆 골목길에 떨어진 운동화 한 짝, 널브러진 생수병에 마약이 묻어 있으면 그 생수병을 들고 있었던 피해자가 마약을 소지했던 것이 증명됩니까.
국민 모두가 아는 참사 원인에 검찰과 경찰이 눈을 감고, 희생자들에게 그 책임을 씌우려고 시도했던 것은 아닙니까. 이러고도 검찰과 경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습니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비롯한 책임자들을 엄중하게 수사하리라 기대하지도 않지만, 제발 피해자와 유가족을 두 번 울리고, 명예를 짓밟는 이런 엉터리 수사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경찰은 이 얼토당토않은 유류품에 대한 마약수사를 누가 지시한 것인지 밝혀야 마땅합니다.
성역 없고 철저한 수사를 하는 것만이, 그동안 일선 경찰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꼬리자르기식 수사, 결국 제식구 감싸기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경찰에 대한 수많은 우려를 조금이나마 불식시키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정조사에서, 용산이태원참사의 진상규명 뿐만 아니라 ‘유류품에 대한 마약수사’라는 망신주기식 2차가해 수사가 누구의 지시로 시작된 것인지까지 낱낱이 규명하겠습니다.
2022. 12. 8.
더불어민주당 용산이태원참사 대책본부
[출처] [기자회견문] 경찰이 용산이태원참사 현장 유류품에 대하여 실시한 ‘마약검사’규탄 기자회견|작성자 박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