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가영님

열아홉 살 가영은 ‘옷으로 엮어내는 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 목원대 섬유·패션디자인학과 2학년 박가영. “엄마, 나 패션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어. 그러려면 옷을 알아야만 할 것 같아.” 잊혔던 독립운동가가 21세기 도시 한복판에 재현되고 발달장애인이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일들이, 옷과 패션 무대를 통해 가능하다고 가영은 믿었다.

故 조예진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조예진 씨는 올해 25살이었다. 예진 씨는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예진 씨의 아버지 조기동 씨는 "이 세상에 부모가 없어지면 너 혼자다, 강하게 커야 된다는 생각으로 외동딸을 좀 강하게 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독립심이 강했어요. 돈을 많이 벌어서 아빠 엄마 호강시켜주겠다고 장담하던 아이였어요"라고 말했다.
예진 씨는 대학에 들어간 뒤 부모에 의존하지 않고 장학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충당했다. 지난 2월 졸업했다. 예진 씨의 꿈은 '돈 많이 버는 부동산 전문가'였다고 한다. 아버지 조기동 씨는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저는 잘 몰랐는데 참 어려운 시험이라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예진 씨에겐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제주도에 사는 삶을 꿈꿨다. 두 사람은 내년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故 이상은님

상은은 1997년 6월29일에 태어났다. 올해 스물다섯. 어릴 때부터 밝고 예쁜 아이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잘 웃었다. 사진 찍을 때면 으레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고 웃었다. 어려서부터 친구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상은과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 한 번도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2014년 상은과 같은 나이의 단원고 친구들이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뒤로.